결승전이었다.
작고 철부지이며 말썽꾸러기인 축구부 아이들이 정상을 코앞에 두고 있다.
8월 23일 오전부터 일동에는 비가 내렸다. 세상의 모든 공간을 빗줄기로 채울 것처럼 그렇게 쏟아졌다.
정상의 무게에 압도된 어린놈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과 몇몇 선생님들은 그 정상 앞에 함께 서기로 했다.
우리는 제천으로 간다.
 
 
 
라커룸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연일 계속되는 경기로 아이들은 무척 지쳐있었다. 두려움, 설레임, 반가움 등 만감이 여기저기서 교차했다. 선수도 아닌 우리는 선수 못지않게 심장이 뛰었다. 학부모님들과 경기장 밖의 선수들은 한데 뭉쳐 승리의 마음을 담아 열렬히 응원했다. 한 골을 실점하고도 그 공을 우리 편 골대에서 재빨리 꺼내 중앙선으로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에 우리는 위로를 받았다. 심판의 판정은 중학교 경기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몸싸움에 너무 관대했고, 상대팀에게는 더더욱 관대했다. 그래서 외쳤다. "공명정대, 정정당당, 페어플레이."
 
 
후반 시작 호각 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졌다. 일동에서 만났던 그 빗줄기였다. 이 비가 우리에게 행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대의 역습에 또다시 한 골을 빼앗겼다. 2:0
 
우리 측 관중석은 침묵에 휩싸였다. 빗줄기는 바람을 타고 우리 관중석에 세차게 들이쳤다. 서서히 패배를 예감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골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공을 꺼내어 또다시 뛰기 시작했다. 11명의 선수가 공 하나에 보내는 열정과 혼신의 힘은 우리의 침묵을 깨웠다. 우리는 절규하듯 외쳤다. " 포천 화이팅!, 화이팅!" 그 보이지 않는 힘은 평범한 프리킥에 담겨 상대방 골키퍼 손을 뚫고 지나갔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 골 2:1
 
끊임없이 전진했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일어서면 달렸다. 시간을 거슬러 오를 것처럼 그렇게 달렸다. 상대편의 좌측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슈팅을 끝으로 우리 선수들은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상대편 선수들은 모두 달려 나와 기쁨을 만끽했고, 우리 아이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수많은 빗줄기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눈물은 선명했다.
 
관중석에서 힘차게 응원한 우리는 행복했다.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정상에서 만납시다!!